A제약사는 최근 비리를 저지른 영업사원 B씨의 사직을 권고했다가 서둘러 봉합했다. 그 직원이 입사 후 병 · 의원 등을 상대로 해 왔던 리베이트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며 협박해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제약영업맨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부산 지역의 한 개인병원장은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당사자를 함께 처벌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제약사 영업사원의 방문을 금지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 영업사원이 그동안 준 리베이트 내역을 폭로하겠다고 역공세를 취한 것.이 병원장은 금품까지 쥐어주며 고발은 막았지만 앞으로 해당 제약사와의 거래는 끊기로 작심했다.

'리베이트 원죄'로 속앓이를 하던 제약업계에 걱정거리가 추가됐다. 공정위가 13일 내부자 신고에 따라 제약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과징금을 기준으로 신고포상금을 최저 300만원,최대 1억원까지 주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포상금을 노린 신고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문제에서 자유로운 제약사는 국내에 한 곳도 없다"며 "과거 리베이트 사안 전체를 처벌대상으로 삼는다면 제약업체들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영업을 하지 않기로 공정경쟁규약을 선언한 2009년 8월을 기준으로 설정,그 이후에 발생한 행위부터 신고포상금 제도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약업계의 요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처분시효는 5년"이라며 소급적용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약영업은 리베이트를 얼마나 세련되게 주고 받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병 · 의원 간의 '갑을(甲乙)'관계를 비롯해 판매할 제품이 복제약뿐인 국내 제약사의 취약성에 기인한 후진적 영업관행이었다.

만약 불만을 품은 영업사원들이 고발자로 변할 경우 해당 제약사가 받게 될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과거에 저지른 리베이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손성태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mrhand@hankyung.com